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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더,오래] 100년을 살아본 스승의 졸업 선물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17-11-07 11:11 조회수 9719
필자는 지난 봄부터 6개월 동안 격주로 강원도 양구를 찾고 있다. 양구인문학박물관에서 열리는 ‘인문대학’에서 공부하기 위해서다. 3년째 열리고 있는 일반인을 위한 인문강좌로, 올해는 '삶과 죽음'을 주제로 하고 있다. 훌륭한 강사진에다 내용도 흥미롭지만, 한 사업체의 사장이자 한 가정의 가장이 격주로 서울에서 달려가 강연을 듣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마음속 스승으로 여기고 있는 김형석 연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97) 덕분에 마음먹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작년 하반기에 필자가 운동과 식단조절로 몸과 마음을 180도 변화시킨 이야기를 올해 여름 졸저 『몸이 전부다』에 담아 출간했다는 것은 본 칼럼 1회에서 이미 밝혔다. 변화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해 이맘때 서점에서 우연히 김 교수의 저서 『백년을 살아보니』를 만났다. 푹 빠져 밤새워 읽었다. 며칠 동안 몇 번을 읽었다. 팬을 넘어 마음 속의 스승으로 모시기로 했다. 과거 방송에 출연했던 영상들을 찾아보았으나 만족스럽지 않았다. 직접 강연을 듣고 싶어 수소문해 봤지만, 요즘 젊은이들처럼 블로그나 SNS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쉽지 않았다. 올봄에 우연히 반가운 정보를 접했다. 양구인문학박물관에서 인문대학이 열리는데, 김 교수가 개강과 종강 때 특강을 하고 매달 한 번씩 인문학 강연을 진행한다는 소식이었다. 바로 신청을 했다. 그때부터 격주로 토요일마다 즐거운 드라이브가 시작됐다. 강연은 오후 두 시부터 두 시간 동안이지만 투자한 시간은 열두 시간이다. 아침 일찍 양구에 도착해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생각도 정리했다. 경춘가도를 달리며 봄부터 가을까지의 계절변화를 즐기는 것은 뜻밖에 덤으로 얻은 선물이었다. 종강을 한 달 앞둔 지난 주말 김 교수의 인문학 강연 ‘백년을 살아보니’의 마지막 시간이 진행됐다. 그 간의 강연을 정리하면서 수강생들의 새 출발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는 말로 시작한 마지막 강연은 제2의 인생은 언제부터이고,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관한 내용이었다. 사십 대 중반인 필자가 거의 막내뻘인 듯한 수강생들은 대부분 제2의 인생을 앞두었거나 이미 시작했기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본 칼럼의 독자들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핵심만 간단하게 정리하고 얘기를 이어간다. ‘백년을 살아보고’ 하는 말이니 쉽게 흘려들을 수가 없는 얘기다. 참고로 김 교수는 시인 윤동주와 한 반에서 공부했고, 도산 안창호 선생으로부터 직접 가르침을 받은 적이 있다. - ‘60~75세 인생의 황금기’ 30세에서 60세까지 30년을 제1의 인생, 이후 60세에서 90세까지 30년을 제2의 인생이라고 할 수 있다. 60세가 되었을 때 다시 한번 시작해 보자고 결심하면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지만, 그때 늙었다고 체념하면 한 번의 인생으로 끝나는 것이다. 60세는 내가 나를 믿을 수 있는 나이고, 더 성장할 수 있는 나이다. 노력하면 75세까지는 성장할 수 있더라. 나를 믿고 성장할 수 있는 60~75세가 인생의 황금기다. 90세까지는 성장보다 유지 혹은 연장에 노력할 나이다. 90세 이후는 소수만 경험하고 사람마다 다 다르니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기 힘들다. 동료 교수 회갑연에 가면서 누가 그러더라. “그 친구 철도 들기 전에 회갑이네!” 90세 넘은 선배 교수가 나이를 묻기에 76세라고 했더니 그러더라. “좋~은~ 나이올시다!” 제2의 인생에는 공부, 취미활동, 일 이렇게 세 가지를 해야 한다. 첫째, 과거에 하던 공부가 있으면 연장하고 공부하지 않았다면 이때부터라도 배우고 노력하는 것을 시작하라. 책을 많이 읽어라. 둘째, 이때는 가정과 회사에서 어느 정도 독립이 가능해 취미활동을 제법 높은 수준으로 할 수 있어 성공확률이 높다. 문화예술에 동참하는 기회를 늘려라. 셋째, 놀면 빨리 늙으니 일해라. 봉사활동이라도 해라. 나이 들면 건강과 일 두 가지 자랑이 많아진다. 강연을 정리하다 보니 예전에 인터넷에서 읽은 ‘어느 95세 노인의 후회’라는 글이 생각났다. 열심히 살고 65세에 당당히 은퇴했지만 이후 30년을 더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해 인생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세월을 덧없고 희망 없이 덤처럼 살았다며, 10년 후 105세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어학 공부를 시작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나이에 뭘 하겠어?’라는 생각으로 60세에는 영어를, 70세에는 연애를, 80세에는 춤을 포기했는데 90세가 됐다며 너무 후회스럽다는 글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김 교수는 제2의 인생을 위한 조언을 한 마디로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나를 성장시키며 살자’고 정리하며 6개월 간의 강연을 마쳤다. 그 순간 필자의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어 급히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한장 찍었다. 제2의 인생을 바꿔 줄 한장의 사진으로 앱 ‘포토버킷’에 저장했다. 김 교수처럼 건강하게 후배들을 위한 강연을 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싶다는 바람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공부·예술·일 등을 통해 나를 성장시키는 인생을 살겠다는 다짐의 의미가 더 크다. 졸업선물 중 최고 6개월 동안 거의 100시간, 4000km를 운전하며 양구를 오가는 길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는데, 오십 년도 못 산 나이에 이렇게 일찍(?) 제2의 인생을 위한 해답까지 얻을 수 있었으니 얼마나 운이 좋은가. 지금까지 살면서 받아 본 졸업선물 중에서 단연 으뜸이다. 김형석 교수의 건강을 기원하며 차를 서울로 향했다. 이상원 밤비노컴퍼니 대표· 저자 jycyse@gmail.com [출처: 중앙일보] [더,오래] 100년을 살아본 스승의 졸업 선물] 링크:http://news.joins.com/article/22085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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