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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김형석의 100세일기] 일본의 386,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왜 사라졌나
작성자 인문학박물관관리자 날짜 2020-08-28 09:50:35 조회수 5431

1963년 9월에 일본 정치인 몇이 한국을 다녀갔다. 그중에 자민당 간부이면서 장관직을 맡기도 했던 마쓰우라(松浦)라는 사람의 이야기다.

소련의 흐루쇼프 서기장이 일본 이케다(池田) 총리에게 문의했다. 시베리아 지역의 목재와 일본이 만든 트랙터를 교환하자는 제안이었다. 마쓰우라 장관이 이케다 총리의 지시를 받아 성사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흐루쇼프 서기장을 찾아갔다. 흐루쇼프 서기장이 "시베리아로 가 보겠느냐"고 물었다. "갈 필요는 없고 가능한 지역의 산림 샘플 사진이면 된다"며 며칠을 기다렸다.

사진을 보았더니 자연 생태 그대로 자란 잡목이어서 "이런 나무는 목재가 못 되고, 심어 키운 육성목이어야 한다"고 거절했다. 흐루쇼프 서기장은 "그 대신 많이 주면 어떠냐?"고 물었다. "제재(製材) 비용 때문에 더 안 되겠다"고 답했다. 마쓰우라 장관은 "전 세계가 국제 항공 노선 확장을 위해 경쟁하고 있는데, 소련과 인도네시아를 오가는 항공기가 도쿄에 머물 수 있게 하고, 일본항공이 모스크바를 거쳐 서유럽으로 갈 수 있게 항공 협정을 맺자"는 제안을 했다. 흐루쇼프 서기장은 벽에 걸린 러시아 지도를 가리키면서 "좁은 일본 국토와 이 넓은 대륙을 동등하게 볼 수는 없다"고 거절했다.

소련이 일본보다 얼마나 후진국이며 국제 정세를 모르고 있었는지 들려주는 일례다. 당시 같이 왔던 일본 자민당 정책실장에게 내가 물었다. "일본 대학생들과 젊은 세대는 과거에 세계에서 가장 열렬한 마르크스 사상 지지자들이었다.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이 그 세력 때문에 예정된 방일을 취소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좌파나 공산주의 지지자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바뀌었는데 그런 변화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그의 대답은 약간 뜻밖이었다. 그 문제는 정부 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몇 해 동안 여름방학에 30만명 정도의 대학생에게 해외여행을 하도록 뒷받침해 주었다고 한다. 당시 일본은 중립국이어서 소련과 공산국가 여행이 자유로웠다. 여러 국가를 돌아본 젊은 세대들이 세계 어디에 가도 일본보다 자유롭게 잘사는 나라들은 미국과 통하는 민주국가임을 발견했다. 소련과 공산주의 국가는 일본보다 후진국임을 보고 체험했기 때문에 자연히 해결되었다는 설명이었다. 여행을 해본 사람은 누구나 다 인정하는 사실이다.

1980년에 서강대의 K명예교수가 국제회의로 공산국가인 유고에 다녀왔다. 회의장인 국영 특급호텔 시설이 한국의 대학 기숙사만도 못했다는 얘기를 했다.

코로나 사태만 아니라면 우리 젊은이들도 여행을 많이 한다. 어떤 나라가 행복하고 장래를 이끌어 갈 수 있는지 보고 왔으면 좋겠다. 진보로 자처하는 사회주의 지도자들의 자녀들이 어느 나라 유학을 선호하는지도 보면 알 수 있다. 앞으로도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세계를 영도해 갈 것이다. 자유와 인간애가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9/202006190278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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