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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형석의 100세일기] 상류층 자제 對 중산층 자제
작성자 인문학박물관관리자 날짜 2020-09-26 13:38:54 조회수 37

대학에 있을 때이다. 학생 몇이 모이는 자리에 상담역 비슷한 책임을 맡고 찾아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학생들이 열심히 얘기하다가 나를 보고 모두 일어나서 인사했다. 웃으면서 “무슨 중대한 논쟁이 있었어요?”라고 물었다.


한 남학생이 나서 전후사정을 설명했다. 모두가 잘 아는 A님의 아들이 얼마 전 군에 입대했는데, 그 사모님이 ‘우리 아들은 군에 가기는 했어도 B단장 밑에 머물면서 주말이면 가정교사가 되기도 하고 편히 지낸다’고 자랑했다는 것이다. 남자들이 “그런 일도 있구나!” 부럽다고 했더니 S양이 마땅치 않았는가 봅니다. “남자가 나라를 위해 군에 갔으면 군인다운 책임을 다해야지 그렇게 무책임하고 비겁하게 세월을 보내면 되느냐”고 항의하는 중이었다는 것이다.

내가 웃으면서 “그래, 남자 친구들이 면목이 없어졌구먼! 잘됐네요. 다가올 미래에 S양의 하나만 있는 아들이 입대할 경우 같은 충고를 할 테니까 박수로 결론을 내리지요”라고 했다. 후에 알았다. S양의 아버지가 6·25 때 전사했다는 것이다.

한 학생이 “선생님은 그런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물었다. 나도 좀 부담스러워졌다. 군대에 갈 두 아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대나무가 자라는 과정을 생각해 봅니다. 대나무는 마디마디가 튼튼히 자라야 합니다. 그 가운데 한 마디라도 약해지거나 병들게 되면 그 나무 전체가 쓸모 없어지는 것과 같은 것이 인생 아닐까요. 학생 때는 최선을 다하는 학생이 되고, 군에 가서는 가장 모범적인 군인이 되고, 직장에서는 누구보다도 맡은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사람이 성공도 하고 행복한 인생을 사는 것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옛날에도 ‘사내 자식은 군에 갔다 와야 사람 구실을 한다’고 했는데요. 군은 그만큼 국민 교육을 책임 맡아야 하고”라는 얘기를 했다.


요사이 계속해서 두 법무부 장관의 가정 얘기가 화제다. 그렇다고 두 특수층 가정의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 모두가 책임져야 할 과제다. 어떤 사람은 이상하게도 우리나라 대통령을 위시한 특수층 자녀들이 부모의 정신을 이어받아 성공한 예가 적은 것 같다고 말한다.

스위스의 정신적 지도자였던 카를 힐티(1833~1909)는 정치 지도자나 재벌의 특수층에서는 부모의 뒤를 계승한 인물이 태어나지 못하고 정신적 가치관을 물려받은 중산층 가정에서 사회 지도자들이 배출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내가 그에게서 얻은 교훈은 ‘정신적으로는 상류층, 경제적으로는 중산층’에 속하는 가정이 좋겠다는 인생관이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공동체 의식으로 윤리적 질서와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사명의식이다.

우리는 인격의 완성과 더불어 사회의 건설적 성장을 위한 책임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한 정신을 갖추지 못한 지도층보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는 중산층에서 국가의 장래를 책임질 지도자가 태어난다.


출 처 :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0/09/19/MQ744V2DLNAFXPPWBMOISOR7MI/?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