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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100세 철학자 김형석 "살아보니 열매 맺는 60~90세 가장 소중"
작성자 인문학박물관관리자 날짜 2020-10-20 12:10:48 조회수 59
최근『백세 일기』를 펴낸 철학자 김형석(100) 연세대 명예교수를 아직 파릇파릇한 기운이 남아 있는 서울 신촌의 연세대 캠퍼스에서 만난 이유는 1920년에 태어나 100년을 살아온 진정한 원로(Elder)에게서 코로나 시대의 인생과 세상살이의 지혜를 듣기 위해서였다.  
 김 교수는 평안북도 운산군에서 태어나 평안남도 대동군에서 자랐다. 6남매의 장남인 그는 47년 8월 부모님을 고향에 남겨두고 아내와 장남을 데리고 월남한 '원조 탈북자'이자 실향민이다.  
 -추석이 다가오면 누가 제일 그립고 많이 보고 싶으신가요.
 "6·25전쟁 때 고향에 다시 가서 5~6일 지냈어요. 그때 어머님을 모셔와서 남쪽에서 세상을 떠나셨어요. 월남할 때 두고 왔던 큰딸은 6·25 때 데리고 왔는데 아버님은 모시고 오지 못해 지금껏 못 뵈었죠. 그래서 아버님 생각이 제일 많이 납니다. 아버님이 나한테 해주신 말씀이 지금까지 제 인생을 뒷받침해줬죠."
 -어떤 말씀이 특히 생각나십니까.
 "14세 때 중학교에 입학했는데 당시는 일본 강점기였어요. 아버님께서 '항상 민족과 국가를 걱정하면서 살면 민족과 국가만큼 너도 성장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기독교 정신을 받아들이신 아버님께서 큰아들이 성직자든 신학자든 학자다운 인생을 살아주기를 많이 기도해주셨을 것 같아요."
 -남쪽에서도 추석 때 부모와 형제자매를 만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만난다 못 만난다, 차례를 지낸다 안 지낸다 하는 것보다는 부모님이나 선조들이 남겨준 마음의 유산을 얼마나 충실히 받아들이고 있는지가 더 중요해요. 아내가 먼저 갔으니까, 추석에 예배와 기도드리고 어머님 산소와 아내한테 다녀올 겁니다."  
 -1960년에 출간한 교수님의 첫 수필집이 『고독이라는 병』이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고독과 우울증을 많이 호소합니다.
 "일반인들은 군중 속에서 고독을 해소하려 해요. 예술가·학자·사상가들은 군중을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 묻고 자기를 돌아봐요. 정신력이 강하고 자기 인격과 창조적 능력을 갖춘 사람은 고독을 몰라요. 미안하지만, 나는 코로나 때문에 고독하다는 건 몰라요. 나의 독서·사색·집필은 혼자 있을 때 만들어낸 것이지 대중 속에 있을 때 한 게 아니거든요."

 -난세인데 일부 교회가 기독교 정신과 예수의 가르침에서 벗어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성 종교를 통틀어서 그 사람들이 빠져있는 잘못은 교리 때문에 진리를 놓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연대 캠퍼스 입구에 서 있는 비석('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The truth will make you free)'에 담긴 예수님의 뜻이 무엇일까요. 구약을 믿는 유대 사람들이 계명과 율법에 구속돼 자유가 없다고 보신 예수님은 계명과 율법을 버리고 인간다운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진리를 줄 테니 나를 따라오라고 하셨어요. 지금 기독교는 교리를 잘못 판단해 이상한 교회가 출현해요. 교리에 갇히는 게 아니라 이웃을 위해서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 진짜 기독교도입니다. 150년 전 좌파 사회주의 사상을 지금 적용하려는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나, 교리 때문에 진리를 놓친 종교 모두 고정관념에 빠져 대한민국의 시간을 낭비하고 있어요. 국민 삶에 도움을 못 주니 자기반성이 있어야 해요."
 -폐허에서 산업화·민주화를 이루고 선진화로 가는데 '헬조선'이라 비관합니다.
 "첫째, 정치 지도자들이 청년에게 희망을 못 주고 있어요. 둘째, 가장 어려운 시련인 전쟁을 겪은 선대들보다 지금 젊은이들이 나약해졌어요. 자살률이 세계 1위라지만 6·25 전쟁 났을 때는 자살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어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니 자살하는 데 희망은 만들어가는 거예요. 최근에 '오늘을 보내야 내일이 온다'는 글을 썼어요. 자연의 시간은 기다리면 오지만, 역사의 시간은 창조하는 용기가 있고 희망이 있어야 기회가 와요. 지금 우리가 가진 것 중에 버릴 것은 다 버리고 새 출발 하면 새 역사가 창조된다는 뜻이죠. 그걸 일깨워주는 것이 기성세대의 책임인데, 나부터 자책감이 들어요."
 -지금 대한민국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까.
 "지난 100년 동안 우리 민족이 이만큼 성장한 것은 해방과 6·25전쟁을 겪으면서 모든 국민의 마음속에 자유민주주의보다 더 좋은 민족의 방향이 없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문재인 정부의 성급한 대북 정책이 지금 우리를 고통과 불안 속에 몰아넣고 있어요. 어려움이 있다고 해도 국민 전체가 원하고 세계가 공통으로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의 길을 가면 괜찮은데, 운동권 출신들이 정치권력을 장악하면서 대한민국의 귀한 시간을 너무 많이 낭비하는 것 같아요. 반기독교적인 마르크스의 공산 사회주의는 역사적으로 이미 끝났고 북한도 다 끝난 셈이죠."  
 -해방된 지 75년인데 아직도 친일과 반일을 정치에 이용합니다.
 "나는 그 시대를 직접 살았기 때문에 그 문제를 충분히 얘기할 수 있어요. 누가 우리 민족을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었는가 이렇게 물을 때 모든 분야에서 일본 사람과 경쟁해서 앞서면 돼요. 음악계에서 안익태, 무용계에서 최승희는 일본 사람보다 앞섰어요. 그런데 최승희는 북쪽에 있었기 때문에 친일파가 안 됐어요. 유엔이 대한민국을 유일 합법 정부로 인정하자 북한과 남한 좌파들은 북한의 정통성을 내세우기 위해 남한을 '친일파 국가'라고 계속 공격해온 겁니다."

-'조국 일가 비리'와 '추미애 일가 특혜 의혹' 사태를 어떻게 보십니까.
 "공동체 의식이 있느냐 없느냐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아요. 공동체 의식이 없는 사람은 잘못을 몰라요. 공동체 의식이 있는 사람은 선악 관념도 있고 내가 해야 할 일과 못 할 일을 알아요. 그런 문제에 빠진 대표적 집단이 운동권 출신 정치인과 잘못된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에요. 미국은 어려서부터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거짓말과 남 욕하기를 절대 못 하게 가르쳐요. 철저히 가르치니 어른이 되면 뭐가 잘못인지 알게 돼요. 우리는 그런 규범이 없어요."
 -인생 대선배로서 22세기를 살아갈 젊은이들에게 조언해 주십시오.
 "첫째, 시련을 극복하는 사람에게는 희망과 성공이 있고, 시련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모든 걸 잃어버린다는 거죠. 시련 앞에 굴복하는 사람은 언제 어느 시대를 살든지 실패해요. 둘째, 나를 위해 살 거나 이기적인 생활은 남는 게 하나도 없고 의미도 없다는 것이에요. 공동체와 더불어 사는 게 행복해요. 젊었을 때는 즐겁게 사는 게 행복하고, 장년기에는 성공하는 사람이 행복하고, 내 나이에는 보람 있게 사는 게 행복해요. 나는 교육자로서 이웃에게 어떤 희망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기 때문에 다시 태어나도 철학자로 살 것 같아요."

장수를 연구해온 서울대 전경수 명예교수(인류학)에 따르면 100세 이상의 남녀 인구 비율은 세계적으로 1대8이다. 지중해 연안의 이탈리아는 1대4, 사르데냐 섬은 1대2이고, 그 섬의 산간 지방은 1대1이다. 하지만 한국은 1대12다. 세계 평균보다 한국 남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단명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형석 교수는 "남자는 이기적이고 감정과 삶의 낭비가 너무 많다. 여자는 남자보다 감성과 사랑이 더 풍부하다"고 분석했다. "주변에 100세까지 산 7명을 아는데 그들에게 공통점이 있다. 첫째, 욕심이 없더라. 과도한 욕심이 있는 사람은 인생을 낭비하니까 오래 못 사는 것 같다. 둘째, 남 욕을 하지 않더라. 감정조절을 잘해 화를 안 낸다. 결론적으로 선하고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건강과 장수의 비결인 셈이다."
 그렇다면 "어릴 때 건강이 아주 나빠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50~60세까지 좀 살아봤으면 좋겠다는 게 꿈이었다"는 김 교수의 장수 비결은 무엇일까. 
 "40년 전에는 인생을 2단계로 봤다. 태어나서 30세까지 교육받는 기간, 30세부터 60세까지 직장인으로 일하고 끝나는 두 단계로만 봤다. 이제는 90세까지 사니까 사회인으로 일하는 60~90세 기간을 추가해 인생을 3단계로 봐야 한다. 나무를 보면 열매를 남기는 기간이 제일 소중하다. 내가 살아보니까 60~90까지가 그렇더라. 90이 돼야 좀 늙더라. 나이 들기 전에 셋째 단계인 60~90세 인생을 미리 설계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건강도 잃고 오래 살지도 못한다."
 김 교수는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오후 10시에 규칙적으로 잠자리에 든다. 아침 식사는 우유 한잔, 계란 하나, 토스트 반 조각, 호박죽, 과일, 커피 반 잔이다. 점심은 자주 외식을 하고 저녁은 혼밥할 때가 적지 않다. 매일 오후에 40분 정도 낮잠으로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고 주 2~3회 수영으로 건강을 다진다.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김소영 인턴기자가 인터뷰를 지원했습니다.

[출처: 중앙일보] 100세 철학자 김형석 "살아보니 열매 맺는 60~90세 가장 소중" https://news.joins.com/article/23882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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