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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김형석의 100세 일기] 누가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가
작성자 인문학박물관관리자 날짜 2021-01-19 16:47:32 조회수 4468

미국에 오래 살다가 고국을 다녀가는 후배 교수를 만났다. 내가 “반세기 동안 여러 가지 인연으로 미국에 머물기도 하고 다녀왔는데 1950~70년대 미국이 제일 좋았다. 그 당시는 윤리와 정신적 질서가 국민 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지금은 법치국가로 퇴락한 것 같다. 그때 가장 인상 깊었던 사회상의 하나는 가정과 학교 교육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정직과 남을 욕하지 않고 칭찬하는 생활 교육이었다”고 했다. 주로 백인 가정과 초등학교 교육을 살펴보면서 정직과 고운 말을 통해 서로를 배려하고 돕는 습관을 키우는 모습이 부러웠다. 어른들도 그런 모범을 보여주고.

내 얘기를 들은 후배는 “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8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는 기독교 정신과 윤리의식은 줄어들기 시작하고 자유를 찾아 누릴 자격이 없는 국민이 늘어나면서 개인주의가 이기주의로 변질되니까 모든 것을 법으로 통제하는 사회로 후퇴하고 있습니다. 유럽에는 큰 나라가 없고 오랜 전통 때문인지 모르나 안정된 나라들이 훨씬 공동체 의식이 높고 사회적 질서가 자리 잡혀 있습니다. UN에서 발표하는 행복지수를 보아도 미국이 20등 내외로 떨어지고 캐나다가 상위권을 차지합니다. 아마 그 책임을 묻는다면 정치계 지도자들의 지도력과 정신적 교양의 결핍일지도 모르지요. 트럼프 대통령 기간에는 교양 있고 착한 사회를 위한 언어와 개념까지 사라진다는 대학가의 비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집에 돌아와 후배와의 대화 내용을 정리해 보고 있는데, 텔레비전에서 북한 지도자들의 대남 방송이 전해져 왔다. 북한에는 거짓과 욕설을 제거하면 무엇이 남을까 묻고 싶어졌다. 공산 정권 초창기부터 진실과 정직은 사라진 지 오래다. 진실과 정의는 공산주의 이념을 위해 의도적으로 포기했기 때문이다. 요사이는 더 심하게 대남 방송을 감행한다. 한때는 대미 방송도 그랬다. 우리 사전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런 욕설에 앞장서는 사람이 유능하고 권력자로부터 인정받는다. 세계에서 그렇게 욕을 많이 하는 정권과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최악의 욕설 국가가 되었다. 북한의 최고위 간부가 우리 대통령 수행 기업인에게 “그래도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네까?”라고 말했을 정도다.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정직은 사라지고 선하고 아름다운 사회를 위한 언어와 개념까지 증오와 욕설로 채워진다면, 그 사회는 어떻게 되며 민족의 장래는 누가 책임질 수 있겠는가.

그런데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우리 정치계 지도층 사람들의 말들이 점점 거칠어지기 시작하더니 때로는 정당 안에서도 사회질서를 훼손하는 말들이 자행되고 있다. 여당 안에서도 친문으로 자처하는 사람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상대방에게 퍼붓는 언어와 행위는 북한을 닮아 가지 않는가 하는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정직해지자. 남을 비방하거나 욕하는 일은 하지 말자. 착하고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가꾸어가자. 그것을 가르치고 실천하고 모범을 보여주는 어른이나 지도자가 사라진다면 앞날이 어떻게 될지 걱정스럽다.

출처:[김형석의 100세 일기] 누가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가 - 조선일보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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