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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일보] [유화웅칼럼] 이당 안병욱 선생이 그리운 것은
작성자 인문학박물관관리자 날짜 2021-03-24 10:25:13 조회수 3469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제대로 가려면 길을 잘 아는 안내자를 만나야 하듯 나라가 어지럽거나 백성들이 몽매할 때는 질서를 잡아 주고 어리석음을 일깨워주는 선각자들이 나타나 목숨을 걸고 사자후(獅子吼)를 토하며 일세를 이끌기도 하고, 저술 또는 학파를 만들어 계도하기도 했습니다.

이스라엘이 가나안으로 들어간 후 악한 왕의 치세나 우상 숭배로 혼미스러울 때, 바벨로니아 페르샤에 의해 나라가 통째로 없어지고 포로 생활을 할 때, 선지자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경고의 말로 민족의 정체성 회복과 바른 길로 인도하였던 기록들을 봅니다.

우리나라도 해방 이후 자유는 얻었지만 좌우 이념의 대립으로 혼란스러울 때 우리 국민의 정신을 한데 모으고 이끌어간 많은 선각자들이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특별히 기억되는 한 분이 이당(怡堂) 안병욱(安秉煜 1920-2013) 선생이십니다. 이당 선생은 평남 용강에서 태어나서 평양 고보를 거쳐 일본 와세다 대학을 졸업하고 숭실대학교수로 미국 코넬 대학 교환 교수로 학자의 길을 걸었습니다. 1958년 장준하 선생이 발간하는 월간 사상계의 주간으로 있으면서 자유당의 탄압에서도 굴하지 않고 직필(直筆)로 맞서는 기개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당 선생에게는 도산 안창호 선생과 안중근 의사의 애국 애족 정신을 계승하고 확산하기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도산 선생이 설립한 흥사단 이사장, 도산 아카데미 연구원 설립, 안중근 의사 기념사업회 이사로 민족혼을 깨워 우리 대한민국 국민을 바른 길로 이끌어 가 일류 국민이 되기를 염원하며 100여 권이 넘는 저술을 남겼습니다. 학교 문턱을 넘나든 이들로 이당 선생의 저서 한 권쯤은 읽어보지 않은 분이 없을 듯합니다. 나아가, 전국 각 도서관에 이당 선생의 전집이나 저술이 거의 꽂혀 있을 정도로 우리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우리 국민의 선생님이라 하겠습니다. 이당 선생이 세상을 하직하신 후 지금의 사회가 교양과 상식을 발견하기 어려운 천둥벌거숭이 같은 지도층의 사람들이 국민을 힘들게 하고 있어 이당 선생 생각이 불현듯 났습니다.

이당 선생이 세상을 향해 일갈(一喝)하신 경천인(敬天人)이란 글을 옮겨 봅니다.

"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하여라. 하늘은 창조의 원천이요, 생명의 원천이요, 진리의 원천이다. 하늘을 우러르는 것이 앙천(仰天)이요, 하늘을 공경하는 것이 경천(敬天)이요, 하늘에 순종하는 것이 순천(順天)이요, 하늘에 아뢰는 것이 고천(告天)이요, 하늘을 받드는 것이 봉천(奉天)이요, 하늘에 순응하는 것이 응천(應天)이요, 하늘에 고마워하고 즐기는 것이 낙천(樂天)이요, 하늘을 감동시키는 것이 감천(感天)이다. 하늘은 우리에게 일용할 오곡백과를 주시고 존귀한 생명을 주신다. 하늘이 인간에게 베푸는 것이 천덕(天德)이요, 하늘이 인간에게 주는 것이 천복(天福)이요, 하늘이 인간에게 주는 도움이 천우(天佑)요, 하늘이 인간에게 베푸는 은혜가 천은(天恩)이요, 하늘이 인간에게 주는 수명이 천수(天壽)요, 하늘이 사람에게 주는 윤리가 천륜(天倫)이요, 하늘이 인간에게 주는 벌이 천벌(天罰)이요, 하늘이 인간에게 주는 도가 천도(天道)요, 하늘이 인간에게 내리는 행운이 천행(天幸)이요, 하늘이 인간에게 부여하는 벼슬이 천작(天爵)이요, 하늘이 인간에게 가르치는 도리가 천리(天理)요, 하늘이 인간에게 주는 계시가 천계(天啓)이다."

‘사람답게 사는 길’에 나오는 이당 선생이 들려주는 잠언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광야같이 황량해도 피난처를 알려주고, 평화와 희망을 심어주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용기를 주고, 양심을 일깨우는 말씀을 주는 스승이 지금은 안보입니다. 민심은 천심이라 하였고 사람이 곧 하늘이라 하였습니다. 그리고 노자(老子)는 ‘하늘은 그물’이라고 하였습니다.

'하늘의 그물망은 크고 넓어서 엉성해 보이지만 한 점도 새어나가는 법이 없다(天網恢恢 疎而不漏천망회회 소이불루)'라고 했습니다. 당장은 교묘한 방법과 수단으로 법의 그물(法網)은 피해 갈지는 몰라도 하늘의 그물(天網)은 자손 대대에 가서라도 걸러내어 심판대에 오르게 하는 것이 하늘의 이치고 또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하늘을 공경하되 하늘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사람과 사회와 국가가 바르게 설 것입니다.

유화웅 (사)굿파트너스 이사장 시인, 수필가

출처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http://www.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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