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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김형석의 100세일기] 한글날, 세종대왕 뵈러 광화문으로 갔지만…
작성자 인문학박물관관리자 날짜 2020-10-20 12:01:44 조회수 55

2009년 세종대왕 동상이 제막되고 이틀 후에 광화문 광장에 갔다. 어렸을 때 기억이 남아서인지, 내가 초등학생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임금님, 정말 고맙습니다. 한글을 만들어 주시지 않으셨다면 5000년 동안 간직해 온 우리말도 사라지고 우리는 문화 국가로 성장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앞으로는 서양에 영·독‧불의 문화권이 있듯이 동양에는 한글 문화권이 세계 역사에 남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오른팔을 오래 들고 계시기 힘드실 테니까, 아무도 없는 밤에는 내려놓으셔도 좋으실 텐데요…’라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일본에서 대학을 다닐 때 대만 출신 동창이 있었다. 그 친구는 “대만은 우리 원주민의 나라인데 우리가 쓰는 말은 있어도 문자가 없으니까 지금은 언어도 사라져 가고 언젠가는 중국어 문화권에 흡수되어 버릴 것 같다”며 슬퍼했다. 스위스는 세계에서 가장 수준 높은 문화 국가다. 그러나 독립된 언어와 문자가 없어 불·독 문화권의 일부로 남는 운명이 되었다. 지구 위에는 수천 가지 방언이 있었으나 국가 중심 사회로 바뀌면서 대부분의 방언은 소멸되었다. 그리고 독립된 문자가 없는 국가는 자주적 문화권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더 앞선 문화권에 흡수되는 추세이다.

574년 전 한글이 창제·선포되지 못했다면 지금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교과서는 무슨 글로 씌어졌을까. 국어책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편지는 무슨 형태로 표현할 수 있었을까. 문자로 남겨지지 못하는 언어는 역사 속에서 소멸되기 때문이다. 요사이는 일본어 책이 계속 번역되고 있다. 영어를 쓰는 인구도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한글 문화가 우리 정신 세계의 절대적인 주체로 존재해야 한다. 한글 저서들이 세계 문화권 언어로 계속 번역되면 세월이 지나 노벨 문학상을 받는 때도 올 것이다.


이런 민족 문화의 생명체인 우리말과 문자가 100년 동안에 자리 잡혔고 동양 문화권에서는 중‧일과 어깨를 견주게 되었다. 해방 전에는 한글 문화가 일본의 한글 말살 정책으로 국제 무대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70여 년 동안에 오늘과 같은 한글 문화권을 지키고 육성해온 세월을 더듬어 보면 정치보다는 경제가, 또 경제와 더불어 문화계의 업적을 높이 평가해야 할 것 같다. 한글 문화를 목숨 걸고 지켜준 선배들과 현재의 위상까지 높여준 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금년 2월에 한글학자이고 내 제자이기도 한 서울대 이기문 교수가 작고했고 김완진 교수는 국민적 표창을 받았다. 나는 주어진 책임을 다하지 못했으나 두 제자에게 존경스럽고 자랑스러운 경의를 갖추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 한글날, 세종대왕을 찾아 광화문으로 향했다. 하지만 도중에 검문과 제재를 당하고 돌아서야 했다. 마음이 무척 아팠다. 이런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언제쯤 세종대왕의 웃음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출 처 :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0/10/17/EKIOADDYIRBSPDRUZ53M7GDDAE/?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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