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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인생은 석양이 찾아들 때 가장 아름다워”
작성자 인문학박물관관리자 날짜 2020-04-24 14:23:34 조회수 5719

생애 100년을 맞는 노철학자의 소회는 남다르다. “내 나이 100세. 감회가 가슴에서 피어오른다. 산과 자연은 태양이 떠오를 때와 서산으로 넘어갈 때 가장 아름답다. 인생도 그런 것 같다.”

그러곤 뭉클한 고백이 이어진다.

1920년 생으로 오는 23일 만 100세가 되는 김형석(사진) 연세대 명예교수가 새 책 ‘백세 일기’(百歲日記)에 적은 내용이다. 그는 40세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삶의 의미를 얻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김 교수에게 일기는 “나를 사랑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지금도 매일 밤 지난 일기를 읽으며 오늘의 일기를 새롭게 쓴다. 그렇게 충만한 삶의 시간을 새기고, 어제보다 더 새로운 내일을 꿈꾼다. ‘백세 일기’는 그 결실인 셈이다.

한 세기를 살아온 철학자는 70편의 글들을 소박하지만 특별한 ‘일상’, 온몸으로 겪어온 격랑의 ‘지난날’, 100세 지혜가 깃든 ‘삶의 철학’, 고맙고 사랑하고 그리운 ‘사람’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나눴다.

1부에는 매일 아침 6시 반에 일어나고, 매주 세 번 수영을 하며 창문 밖으로 넘실대는 구름을 바라보며 즐거움을 얻는 소박한 일상을 정리했다.

지난날을 되돌아본 2부에서는 일제강점기부터 6·25전쟁, 6월 민주항쟁 등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회고한다.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에 자퇴를 하고 도서관에 틀어박혀 책을 읽었던 중학교 시절의 경험을 비롯해 가족과 함께 탈북했던 일, 전두환 정권 시절에 최루탄 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가졌던 눈물의 고별강연 등이 실려 있다. 3부에서는 100세의 연륜이 담긴 사색을 만날 수 있다. 골동품 도자기를 두고 “인생은 과거를 기념하기 위한 골동품이 아니다. 항상 새로운 출발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4부에서는 삶의 여정 속에 만난 수많은 사람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평북 운산 출신인 김 교수는 일본 조치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1947년에 탈북했고, 고등학교 교사를 하다 1954년부터 연세대로 자리를 옮겨 31년간 근무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출처 : http://www.segye.com/newsView/20200422520341?OutUrl=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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